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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및 리뷰/영화 및 드라마

[영화 리뷰] 사람들이 모르는 명작 <피아니스트의 전설> - 쥬세페 토르나토레 / 리뷰 및 분석

피아니스트의 전설

감독 - 쥬세페 토르나토레

1. 영화 소개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은 이탈리아 소설가 알레산드로 바리고의 소설 노베첸토(Novecento)를 각색하여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하에 탄생한 영화이다.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이탈리아 감독으로 시네마 천국(1988)’, ‘베스트오퍼(2013)’등을 연출하였고, 현재도 활발하게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다.

영화음악을 맡은 엔리오 모리코네(Enrio Moricone)는 의 피아노 솔로, 시네마 천국 러브 테마 Love Theme, 로리타 Lolita등의 영화음악을 제작한 음악 영화의 거장이다.

 

2. 영화 줄거리

주인공인 데니 부드맨 TD 레몬 나인틴 헌드레드는 이민자를 미국으로 운송하는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났다. 그의 양아버지인 데니 부드맨은 그를 귀족 칸의 고급 피아노 위에서 발견하

고 키우게 된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6살이 되던 해 데니가 사고에 의해 죽고 장례를 치르는 날 그는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듣는다. (나인틴 헌드레드가 피아노 위에서 발견 되는 것은 생명의 탄생이 피아노와 연결된다는 점, 데니의 장례를 치르는 날 음악 소리를 처음 듣게 되는 것은 죽음과 음악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의 삶이 곧 음악임을 처음부터 암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즉흥 연주를 통해 버지니아호 내에서, 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그의 친구 맥스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연주와 도통 감 잡을 수 없는 성격에 매료되어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맥스의 계속되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나인틴 헌드레드는 절대 육지로 나가지 않으며 음반을 내지도 않는다. 어느 날 3등석 칸의 땅만 알았던 한 농부가 들려준 육지에서 들을 수 있는 바다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육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후에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여자는 공교롭게도 바다의 목소리를 얘기해준 농부의 딸이었고, 나인틴 헌드레드는 그 여인에게 고백을 하지도 못한 채 떠나보낸다. 이를 계기로 육지에 내리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한편 재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리 롤과 연주 대회를 하여 이기기도 한다. 맥스는 1933년 버지니아호를 떠나고 나인틴 헌드레드는 계속 버지니아호에서 산다. 우연히 버지니아호를 폭파시킨다는 소식을 듣고 맥스는 육지에 나와서 살자고 나인틴 헌드레드를설득하지만 오히려 나인틴 헌드레드가 맥스를 설득시키고 결국 버지니아호와 함께 나인틴 헌드레드는 죽음을 맞이한다.

 

3. 영화의 내용

- 운명

늘 그랬다. 누군가가 늘 있었다. 이해하긴 힘들지만 배에 탄 수천 명중에 부자와 가난한 이민들과 각양각색의 사람들 중에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항상 처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냥 앉아 있다가 혹은 뭘 먹거나 걸어 다니다가 또는 바지를 고쳐 입다가도 순간 고개를 들거나 혹은 우연히 바다로 눈을 돌리다가 발견하곤 했다. 그럼 그대로 얼어붙어서 뛰는 심장을 억누른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 순간마다 배에 타고 있는 우리들에게 돌아서서 소리치곤 했다.’

 

미국이다!”

 

미국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사람은 어느 배에건 꼭 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나 환상이 아닌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맨 먼저 보는 사람들은 애초에 정해져있다. 어렸을 때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면 아주 자세히 보면 이미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첫 장면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사람은 아주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미 운명으로 정해져있는 것이다. 이후의 일어나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도대체 왜 육지로 가지 않느냐는 맥스의 물음에 나인틴 헌드레드의 대답을 들어보면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 , , , …….육지 사람들은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지. 왜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는지, 겨울은 왜 또 그렇게나 추운지. 그래서 그렇게 여행들을 하나봐 궁금한걸 알아보려

. 결국 알아내지도 못할걸…….난 그런 짓 안 해.” (나인틴 헌드레드)

 

육지의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조차도 이유를 찾으려 하는데 나인틴 헌드레드에게는 그 모든것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한다. 나인틴 헌드레드가 육지에 가지 않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의 운명이다.

 

- 바다와 육지

3등석 칸에서 한 농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농부는 딸 한 명만 남기고 아이 다섯 명을 모두 잃고, 아내가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음악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난 모든 걸 잃었어.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난 땅만 알았어. 그 땅에서 농사짓는 게 내 전부였지. 도시에 가본 적도 없고. 

해는 안 되겠지만…….마누라는 목사랑 눈 맞아서 도망가고, 아이 다섯은 열병으로 죽고.

난 아직 딸이 하나 있다네. 막내만 남은 거지. 그리고 걔 때문에 내 운명과 싸울 각오를

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 어떤 언덕에 가게 됐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봤지. 바다였어. 처음으로 바다를 봤지. 정신이 번쩍 들더군. 그러곤 목소리를 들었어.

마치 천둥 같았어. 아주 거세고 강한 천둥. 그러면서 이런 소리가 들렸지. ‘이런 바보 같

은 놈아. 인생은 무한한 거야. 알아듣겠어?’ 무한해. 난 정말 몰랐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난 모든 걸 바꾸고 새 출발을 하기로 했어. 인생을 바꾸고 새 출발을 한다. 그 친

구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게.”(농부)

 

농부는 나인틴 헌드레드와 매우 비슷한 삶을 살았다. 나인틴 헌드레드가 바다에서만 살았던 것처럼 농부는 땅만 알아왔다. 그런데 그들의 삶의 방식은 조금 달랐는데, 농부는 모든 걸 잃고 딸 하나만 남았으나 나인틴 헌드레드는 처음부터 홀로였다.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농부의 딸에게 사랑에 빠진 후에 나인틴 헌드레드는 육지로 갈 결심을 한다.

 

"3일 후에 뉴욕에서 내리면 내릴거야. 육지에서 뭘 좀 보려고." (나인틴 헌드레드)

 

"?" (맥스)

 

"바다. 육지에선 목소리가 들린대. 여기에선 들을 수 없는... 하도 커서 천둥소리 같대.

인생은 무한하다고 말해준대. 그러고 나면 인생도 다르게 보인대. 여기선 평생을 살아도

그런 소린 못 들었거든.. 하지만 육지에서 좀 살고 나서 육지 사람이 된 다음에 어느 날

해변에 서서 문득 바다를 보면 그 소릴 들을지도 모르잖아." (나인틴 헌드레드)

 

그러나 그는 성공하지 못한다. 땅에서만 살던 농부가 모든 걸 바꾸고 새 출발을 하는 것과 나인틴 헌드레드의 실패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첫 째로 농부에게는 부양해야할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다로 건너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바꾸지 않으면 자신을 물론이거니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도 죽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나인틴 헌드레드는 책임을 져야할 가정도 없고 성공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외로움을 늘 품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매 항해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듣다가도 미국에 도착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떠난다. 그는 전화를 할 수 있는 방으로 몰래 들어가서 전화번호부에 있는 아무 번호나 골라 전화를 한다. 어떤 이야기나 관계없이 대화 자체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차이는 또 무한과 유한에 대한 생각에서 발생한다.

 

- 유한과 무한

농부는 무한한 인생을 깨닫는 순간 용기를 얻고, 나인틴 헌드레드는 무한을 본 순간 좌절해 버린다. 그의 세계, 음악 세계는 모두 유한했기 때문이다. 맥스가 다이너마이트 밭인 버지니아호에서 나인틴 헌드레드를 찾기 위해 설득을 하지만 오히려 맥스가 설득을 당하는 장면에서 나인틴 헌드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도시를 봤어. 끝이 안 보이더군. 알아듣겠어? 무슨 말인지? 자넨 도시의 끝을 본 적이

있어? 정말 내리려고 했어. 자네가 준 옷도 마음에 들었고. 아주 멋있었지. 정말 내리려고

했다구.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내가 못 보던 세상이었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 거대

한 도시엔 끝이 없었어. 나는 세상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어. 얼마나 무서운지…….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나 건반은 88개야.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 건 세상이야. 건반들로 만드는 음악은 무한하지. 그건 견딜만해. 좋아한다구.

하지만 막 배에서 내리려고 했을 때 수백만 개의 건반을 봤어. 너무 많아서 절대로 어떻

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수백만 개의 건반. 그걸론 연주를 할 수 없어. 피아노를 잘못

선택 한 거야. 그건 신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길거리를 유심히 본 적 있니? 어떻게 그것들 중 하나를 고르지? 한 명의 여자와 하나

의 집 어떻게 그들 중에 한 평의 땅과 죽을 곳을 선택하냐구. 그건 너무 어려워.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삶을 선택하냐구. 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서 계속 살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지. 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었어. 적어도 이 배 안에서 만큼

.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구. 난 그렇게 사는 것 배웠어. 육지라고? 그건 내게 너무 큰 배

.”(나인틴 헌드레드)

 

건반 88개라는 유한 속에서 무한을 만들어내지만 너무나 무한한 땅에서는 자신만의 유한을 정하며 산다. 확실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속에서 자신의 목표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인틴 헌드레드는 삶의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삶을 즐기며 살기 때문에 무한한 환경에 놓이면 자신만의 삶으로 조각해나갈 원동력이 없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땅을 밟지 못하고 배 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4. 영화의 구성

- 대조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조적인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가장 큰 대조는 위에서 언급했던 육지와 바다이다. 무한에서 유한을 만드는 육지와 유한에서 무한을 만드는 바다. 순간적인 것 과 영원한 것의 대조도 이루어진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한 순간의 연주를 추구하나 주위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녹음하여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맥스의 제안으로 음반 회사의 사람들 앞에서 나인틴 헌드레드는 첫사랑을 그리며 연주를 한다. 그런데 녹음된 것을 듣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 음반을 꺼내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려 하지만 끝내 전하지 못하고 부숴버리고 만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맥스와도 대조를 이룬다. 맥스는 나인틴 헌드레드를 위해서 끊임없이 육지로 가자고 설득하지만 사실 그것은 나인틴 헌드레드를 위한 것이 아니고 그가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둘의 눈동자를 보면 그들의 차이가 또 다가오는데, 스의 눈동자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미세하게 흔들리는 반면 나인틴 헌드레드의 눈동자는 정지해있다. 팀 로스(나인틴 헌드레드 역)와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맥스 역)의 연기 스타일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영화 도중에 눈이 클로즈업 되어 눈빛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다.

 

나인틴 헌드레드와 대결을 하는 제리 롤 또한 나인틴 헌드레드와 완전히 대조되는 인물이. 나인틴 헌드레드는 규율, 경쟁, 짜인 틀을 싫어한다. 그의 대사 중에 “Fuck the regulation!”이라는 대사가 있을 정도이다. 또 음악대에서 연주를 할 때에 꼭 정해진 대로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즉흥 연주를 한다. 그러나 제리 롤은 경쟁을 하고 싶어 하고 서

열을 가르려고 한다. 나인틴 헌드레드가 처음 제리의 연주를 듣고 감동을 해서 눈물까지 흘리지만 세 번째 곡을 듣고는 그의 연주가 연주를 위한 연주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경쟁을 위한 연주에 대항하여 누구도 칠 수 없는 곡, 아주 어려운 곡을 치고 완승을 한.

 

- 액자식 구성

액자식 구성이란 바깥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내부 이야기가 담겨있는 구성을 말한다. 작품에서는 맥스가 음반가게 주인에게 해주는 이야기와 철거되기 직전의 버지니아호에 있는 나인틴 헌드레드를 설득하는 이야기가 바깥 이야기이고, 나인틴 헌드레드의 탄생부터 맥스가버지니아호를 떠나기 전까지가 내부 이야기이다. 액자식 구성의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내부 이야기의 진실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맥스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을만한 나인틴 헌드레드의 삶은 신빙성을 얻는다.

두 번째로 나인틴 헌드레드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따뜻했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듯하다. 맥스는 나인틴 헌드레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이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 사랑스러움과 자랑스러움, 즐거움, 추억 등을 담아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일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짧게 끝나버린 우리의 친구의 일생으로 보았으면 하는 감독의 의도인 것 같다.

 

5. 마치며

한 피아니스트의 일생을 그린 단순한 전기적인 영화처럼 보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18세기의 시대,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모습, 인종과 국적, 성별이 달라도 인간 삶의 보편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담은 장치들 등이 있다. 관객들은 배에서 내리는 것이 죽기보다 어려운 것인가?’는 의문을 가지며 당연하다고 생각한 삶의 모습과 가치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배경음악과 중간 중간 연주들은 환상적이. 이것이 음악영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